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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언니 저 마음에 안들죠??

by 낭만바보 2020. 3. 12.

서울은, 평온한(온전한, 혹은 행복한) 마음을 유지하기 가장 힘든 도시들중 하나인것 같다.

여러 도시들을 전전한것을 넘어, 몇 달씩 살아보기까지 하고 나니 이제는 확신을 가지고 말 할수 있다.(예전엔 추측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평균적으로 개싸가지같은 표정을 보여주지만 실은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친한(또는 자본주의적으로 갑인이에게) 사람들만 나타나면 전에 없이 환한 표정을 짓는 이 정이 많지만 싸가지도 바가지인 인종들은,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보다도 냉정한 자본주의가 판치는 세상과, 양아치와 얌체들이 온갖 부정을 저지르지만 바른소리를 했다 하면 손해밖에 볼일이 없는 사회분위기에 질려버려 이런 형태로 자기 인성의 최종 진화방향을 잡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참고 : http://www.ddanzi.com/discussion/98273202)

 

 

여하튼, 굳이 남들에게 무심한 삶을 살고 싶은거라면 뉴요커들 마냥 자기의 일에만 집중하고, 진지한 표정이나 무심한 표정을 지으면 좋으련만... 서울이 번다하다, 복잡하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퀘어의 정신나간 텐션과, 복잡함이 거기에 덜하지는 않으련만. (팬티만 입고 소리지르던 근육흑형의 텐션이 나에겐 타임스퀘어의 이미지로 박혀버렸다.) 이 가련한 인종들은, 돈앞의 굴종만이 마치 자본주의적 삶의 자세라고 믿으며 몸을 사리고, 그저 누가 남이 나에게 해꼬지나 폐나 끼치진 않을까 불안불안해 하며 최대한으로 불쾌한 표정과 성난표정 싸가지 없는 표정을 분출해대며 나 건드리면 불편할꺼라는 신호를 잔뜩 얼굴에다 끼고 다니지만, 정작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항의하거나 화를 내면 도망가기 급급하며(젠틀하지만 상대의 부당한 점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하던 미국아저씨나, 독일 할머니와는 다르다.), 자기보다 강해 보이면 꼬리말기 바쁘고, 자기보다 약해보이면 한없이 거들먹 거리는것으로만 자기의 존재감을 표현할줄 밖에 모르는 인종들이다.

 

 

그들의 마음속이 온통 이렇게 부정적인 것으로만 가득차 있다고는 믿지않지만, 지하철에서 마주치리라 생각되는 평균 서울인의 행동이 이와 같아진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그리고 전체 인종이 이와 같은 성향을 띄게 된데는 분명 거시적인 이유가 존재 하는 것이리라. 지하철처럼 사람들이 닭무리마냥 꽉꽉 끼어 있는 와중에는 그의 인격을 평가해선 안된다는 한 선배의 충고도 있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늘같이 닭장같은 곳에 끼인 형태의 삶을 살아가고 또 그런 행위가 자신의 그리고 남의 인격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지조차 스스로 되돌아 보지 못하게 되는데에는 개인의 책임또한 회피하지 못할만큼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라고 중권이 형은 외쳤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어쩌면 돈은 벌어나가고 있지만 가오는 언제 어디서 팔아버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돈을 벌다가 팔아 버렸나?? 돈버는 환경이 너무 각박하고 힘들어서 그럴까??

 

이에 대한 완벽하고 논증적인 증명은 길어지니 쓰기도 힘들지만, 한가지 사례를 들어 경험을 풀어보자면,, 유일하게 상대방과 부딪혔을때 사과하거나 미소 지어줄줄 아는 사람들을 나는 서울 어디에서 자주 보았는가?!? 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면 될거 같다.

그런 호화로운곳에 나타날 일이 거의 없는 내가, 약속시간이 남아 청담동 모처의 모 백화점에서 1시간 가량 쇼핑을 했던적이 있는데, 도리어 나는 거기에서 한국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모두가 그랬다는것은 아니지만(분명 돈으로만 입은 옷이 허름한 나를 평가하는듯한 눈빛을 쏘아보내는 직원이나 고객들도 있었다. 흥!) 우연히 나를 쳐버린 아주머니는 내게 "아이구,, 청년 내가 미안해 한눈 팔다가!" 라는 말을 하였고, 툭 치고 지나간 명품두른 이모님은 작게나마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고 지나갔다. 1시간 안에 약 4~5회 정도의 접촉에 따른 감정표시를 들을 수가 있었는데.. 이는 흔히 서민들 자주 가는 거대 마트에서 들을 수 있는 빈도보다도 훨씬 잦은 빈도라는 느낌이 들었다. (비싼대 가서 내가 쫄아서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수..도 있지만.. 나도 나이가 있는데.. 백화점 가지고..)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라는 말은 사실 공감 못할 사람이 많을테다. 서울에선 내가 돈을 벌지!! 가오는 잘 모르겠는데?! 인 사람들이 가득 가득 하다. 아침의 행복한 기분은 출근 지하철을 타는순간 여기저기 침뱉는 더러운 면상들에 찢기고, 다른 이를 위해 한 뼘이라도 좁혀서 서고, 남들은 메지도 못할 무게의 가방을 한손으로 내려드는 배려하는 마음은 드라마를 1분이라도 더보려고 내 어깨에 자기 팔을 올리는 이와, 멍때리다가 뒤늦게야 나가겠다고 함부로 사람을 발로 차대고 밀어대는 행위들에 멍든다. 어차피 내릴역에선 사람들 다 내릴텐데. 먼저 빠지고 나서 생긴 틈으로 "지나가겠습니다" 하고 지나가는게 그렇게도 생각이 많이 필요한 행동이란 말인가?? 뭐. 논해서 무엇하랴. 길게 써봤자 필요 없고 이런 말로 정리된다.

 

뉴욕의 무심한듯 시크한 얼굴들이. 모스크바의 차갑지만 알고보면 친절한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의 누가 봐도 기분좋은 웃음을 남들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이. 모두가 다 그립다. 서울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집중하기 위해서는 매일아침 불경을 읽는 수고로움을 더해야 하는데, 때때로, 아니 아주 자주 그런것마저 통하지 않는 날이 발생할 정도로 심각하다.

 

각박한 삶이,. 너무 한정된 자원에서 이윤을 이끌어 내야만 하는 상황이, 그리고 생존을 위한 무한한 경쟁이 이렇게 만든것같다는 (위의 예를 생각해 보았을때 ) 생각이 들긴 하지만,, 다들 힘든 와중에 꼭 그런 표정 서로 보이며 서로를 괴롭게 해야할까?? 빠져나갈길 없이 험난한 헬조선을 만드는것이 꼭 대기업의 횡포나 정부의 잘못같은 거시적인 것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하철 안에서 짓고 있는 그대의 표정이 오늘의 지옥도를 한껏 지옥답게 꾸며주는 아주 훌륭한 장식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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