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진득히 박혀있는것을 좋아하는 내가, 마느님이 기획하신 동부여행에 따라간 이유는 오직 이곳 때문이었다.
THE 스미소니언.
물론 북미대륙이 직항으로도 5시간이 넘게 걸리는 광활한 곳이라는것을 미리 깨달았다면 상황은 달랐겠지만,
(미국내 저가항공은 정말 지옥이다. 5시간이 넘는 비행인데, 영화도 못보면서 가야한다니... 아아...) 아마 알았다 하더라도 포기 할 수는 없었을 그 이름. 스미소니언.
멘탈케어 실패로 밤새고 찾아가서 비몽사몽간에 대체 뭘 보는건지 모르겠는 상태로 떠돌고 난 후기를 써보려 한다.
2019.09.19. in the D.C. Smithsonian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1. 그 이름도 유명한,
과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들어봤을(나처럼 전공이 동떨어 졌어도), 아니 그냥 사실 그런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누구나 들어 봤을, 그 이름도 유명한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은 공짜다. 충격.
어렸을적 몇번 갔던 제주 자연사 박물관도 쌀지언정 공짜는 아니었고, 복지의 나라 핀란드 헬싱키의 아담한 자연사 박물관도 돈을 받았으며, 부다페스트의 체험을 위한 형태로 만들어진 과학관도 (화석 하나도 없이.)공짜가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 중인걸까...? 혹시 과거의 명성일 뿐인건가...? (라고 하기에는 아직도 유명 다큐멘터리엔 꼭 스미소니언 박물관 사람이 인터뷰 하지않나... 라는 생각을 하기 전까지 걱정되더라..)
걱정하지 말자. 건물 계단 인테리어에 고풍스러운 느낌이 생기긴 했지만, 여태까지 내가 가봤던 모든 자연사 박물관들중 가장 광활하고 가장 잘꾸며져 있더라니... 역시는 역시. 허명은 멀리멀리 전하지 않는 법이다.
#2. 공룡 화석이다~~!
조금, 기대에 못미친단 느낌을 받은것은 단지 내가 너무 많이 기대했기 때문일 뿐이다. 어릴적, 결국 다 못보고 울면서 나왔던 쥬라기공원에서 본, 초거대 용각류의 화석이 있을거라던가, 엄청나게 큰 티라노 사우르스 뼈도 전시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영화 스케일로 기대를 했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 마느님 또한 나처럼 느꼈는지, 에잉 생각보다 별로야~~ 라며 휙휙 가버리려는 손을 붙잡고 여기가 왜 대단한지를 밥먹는 내내 밥알 튀기며 이야기했을 정도로 화석관은 좋았다.
먼저 온전한 거대 화석이 다수 있다. 생각해보라, 짧게는 1억년, 길게는 십 수억년이나 지난 동물의 뼈를, 작은 암석 하나에도 수개씩 박히는 작은사이즈가 아닌 거대한 동물의 화석이 온전한 채로 발견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지를.. 그런게 1~2개만 있어도 대단한데, 수십점이나????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다. 나 어렸을땐 공룡 발자국 7개 발견된것 만으로도 9시 뉴스에 나오고 했는데...
두번째로는 그 온전한 화석들을 연표대로 차례대로 주욱 전시해놓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디테일하게 설명해 놓은 점이다. 우리가 고등학교때 외우는 정도인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넘어서, 좀 디테일하게 공부했다면 본적이 있을수도 있는 고생대(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 중생대(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 이런 디테일도 넘어선 더 세분화된 시기분류를 하여서, 온전한 화석들을 배열하고, 더 디테일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해놓은 동그란나선형태의 연표를 더해서 상세하면서도 친절하게 적혀있는 설명들은 가히 압권이다. 박물관 설명은 꼼꼼히 다 읽는걸 좋아하는 나조차도 아... 이건 다 못읽겠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영어라 그랬나...;;)
게다가 만질수 있는 진짜 화석조차 있더라... 아마, 옆에서 화석 복원 작업하는 분들이 작업하는 것을 보여주는만큼 진짜였겠지?? 반신반의지만 어쨌든. 전시하기도 모자란 화석중에 일부를 아예 만져보도록 전시 할 수 있는 넉넉함이라니. 보는것도 보는거지만, 만져보면 역시 감회가 다른 법이다. 후에도 설명하겠지만 직접 만질수 없는 것들은 금속으로 만든 판본이라도 놔둘만큼 직접 만져보는것에 대한 철학은 이미 확고한듯 하다. 다큰 어른인 나도 용각류의 거대한 정강이뼈를 만져보니 얼마나 감탄스럽던지.
마지막으로 여러가지 디테일한 배치는 실감성과 실제성을 높여주더라. 온전한 화석을 가지고 싸우는 공룡들을(트리케라톱스(스테고였나..;;기억가물) Vs 티라노사우르스 구도) 연출하는 배치의 실감성부터, 중간중간 뼈만 있는 동물들의 실제모습이나 생태를 알기쉽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동영상 보는 곳을 넣어놓은 센스며, 위에도 썼지만 실제로 화석을 발굴하는 작업은 어떻다는 설명만이 아닌 화석을 발굴하는 작업을 하는 과학자들을 볼 수 있게 해놓은 전시(라고 해도 되나... ??)가 더해지고, 옆관으로 넘어가면 공룡화석들은 어디에서 많이 발견되는지, 어떻게 발견하는지, 발굴자들은 어떤사람들이며 어떻게 발굴과정이 진행되고 어떤 도구를 쓰는지를 보여주는 디테일하고 세심한 배치및 구도까지.
술술 보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관람하는 아이들이 그저 과거의 화석을 보는것이나 연표를 배우는것을 넘어서 과학자들은 어떤일을 하고 어떻게 하면 그런 작업들을 할 수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느끼게 해줌으로써 자연스레 흥미를 실질적인 연구나 실천에까지 닿도록 종합적인 이해를 하게 해준 그 배치는 반쯤 졸고 있던 내 뇌도 퐉 하고 느낄수가 있겠더라....
#3. 새가 많아....
아직도 잘 모르겠는건, 이 국립박물관의 메인 출입구가 스미소니언 캐슬이 보이는 곳인지, 아니면 그 반대쪽인지인데 중요한건 아니고 내가 들어간 방향은 스미소니언 캐슬이 보이는 반대편 입구였다는거. 들어가면 청소년 및 청년(youth)를 상대로한 체험과학관인지 큐리어스 스테이션인지가 있는 곳이었는데 참, 재밌어 보였지만 이미 청년보단 청장년에 가까운듯한 나는 시간에 쫒긴척 하며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누군가 가보고 나서 얼마나 재밌는지 알려주시면... 감사감사..
여튼 그 방향으로 주욱 걸어가면 메인 관람홀이라 할만한 2층, 3층으로 올라가기 앞서서 주기적으로 영상을 상영하는것 같은 극장이 하나 있고 그 옆으로 (스미소니언의)메인전시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지만 꽤 많은 수의 새들이 박제되어 전시되고 있다. 스미소니언에서 처음 본 전시라 나는 이것도 메인전시인가 보다... 하고 엄청 둘러보았...;;
보통 종이 비슷하거나 크기가 비슷한 새들이 같은 유리전시대 안에 같이 들어 있는데 기억으로는... 4~5층으로 된 유리전시대가 20~30개 정도 있었던거 같다. 비슷해 보이는 새 묶음들마다 한 쌍씩(이부분은 중요한데 새의경우 우리가 다른 종인가? 라고 할 만큼 암수의 차이가 있는 친구들이 많기에 유용하다 생각했다.) 다종이 전시되어 있어서 우리 집 근처의 새들의 이름은 어떻게 부르는지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실은 두종류라고 생각했던 새들이 암,수였을때의 느낌도 참신했고, 흔히 보기 힘든 새들을 보면서 별별 새가 다있구나~ 하는 재미도 있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이라고 한다면, 참새(크기와 비슷한)라 생각될만한 새들의 종류가 너무나도 많아서, 결국 학교 캠퍼스에서 흔히 볼수있는 꽁지가 기다랗고 노란 가슴을 가지 참새(미안하다... 참새처럼 생긴 머리를 가지면 다 참새라고 부르는 나의 무식함에..)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도저히 찾을수가 없더라....
#4. 심해생물관.
정확히는 Ocean 관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심해파트는 그 이름에도 걸맞게 약간 어두침침하게 꾸며진데다가, 심해파트의 영상관 안이 또 어두운 곳이어서 자면서 관람하기 좋은곳이라 가장 오래 머문 곳이었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화려하게 보이는 천장의 커다랗고 다양한 바다생물 모형들(은 어디나 있긴하지.)보다도 내게 감동(?)을 준것은 기이이일다랗게 박제되어 죽어있는 심해 오징어였다. 크다 크다 하긴 했는데 정말. 기이이이일다는 말밖에는 안나오는 크기. 어두침침한 조명에 죽은 해양생물 특유의 너덜너덜 한 감촉인데다가(왠지 눈에서 자동 필터링을 잘 걸어주는) 조명도 잘 안밝혀줘서 의외로 눈에 안띄는 느낌이라 벽인줄 알고 기댔다가 발견하게되는 거대한 촉수의 느낌이란... 푸들푸들... 난 또 왜 사람들이 벽을 사진찍찌.. 하고 있었네..;; 회쳐보고 싶지 않은 비주얼이지만 회를 친다면 동네 사람들 다같이 배불리 먹고도 열두 접시가 남았을 크기인것은 확실하다.
그 왼쪽편으로는 개복치류,거대 암모나이트류 등의 모형이나 실물 전시가 전시되어 있고. 그 뒷편으로는 심해 해파리, 이름도 들어본적없는 발광생물이며 오른쪽으로는 살아있는 친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놀라운것은 대충 훑어본다쳐도 글로는 설명을 다 못 할만큼(썼다간 무슨 광대한 나열더미가 되어버려 노잼글 확정이다. 이미 노잼인데) 큰 전시관인데도 그저 손잡이겠거니 하고 잡았던 손잡이를 당기면 또 새로운 전시물(이라 쓰고 박제라 읽어야.)들이 툭툭 뒤어나온 다는 것이다. 메인으로 설명하지 않고 부연 설명으로 넣어놓은 전시서랍들또한 빼곡한 전시관이라는거.
돌고래가 아니고 예전에 멸종된 생물이지용~~ 하고 써져있는 새로운 종의 뼈도 다량 전시되어 있는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생물의 존재를 알게된건 둘째치고 돌고래 뼈도 그만큼은 안봤는데 말이지 참... ㅎㅎ
또 한가지 큰 소득이라 하면 심해생물들이 빛나는 또다른 이유를 알게된 점이랄까. 짝짓기나 무리짓기를 위해서 발광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근 심해같이 햇살이 가늘게 들어오는 곳에서는 포식자보다 상위위치에서 밝게 빛나는 것이 오히려 빛과 동화되는 형태로 보호색을 띄게 해준다는 점을 배웠다. 어렸을때 부터 어두운데서 빛밝히면 무조건 먹어달라는 각인게 아닌가. 어차피 깊은심해 서로서로 개체수 적은곳에서 쓸쓸히 사니까(?) 서로 먹고 먹혀주며 아름답게 살겠다는건가? 라는 나의 망상이 사실이 아니란걸 알았다. 다만... 서로를 찾으려는것을 역이용 하는 아귀같은놈이 초롱불 밝히고 먹이를 기다리듯, 포식자중에서도 빛나는 문어처럼 상위포지션에서 빛을 밝히는 위장술을 사용하여 사냥하는 녀석이 있다고 하니, 이게 안키고 안먹히는게 나은건지.... 키고 상위포지션으로 도망가는게 나은건지... 의미는 있는건지.. 역시 대자연은 치열하다. 확실한건 한번 불켜서 위장하기 시작했다면, 포지션이 무조건 중요하단거...죽고 죽이는 배틀그라운드 세계는 늘 그렇지 않던가...(파밍하고. 자리잡고...)
#5. 포유류관은 인류관으로 이어진다.
박제된 동물이 전시되어 있는 관은, 스미소니언이 아닌데서도 많이 봐왔다고 해야할까, 자연사 박물관의 기본이라 해야할까(현생 동물들의 박제는 얻기가 비교적 쉬워서 그런거려나??) 바로 위쪽옆에서 뛰어내릴듯한 자세로 있는 퓨마 호랑이를 본다고 하더라도 울정도의 나이는 아니니까, 오오 그래도 리얼한 형태로 잘 전시했네 정도였다. 헬싱키에서는 거대순록이나 메머드등의 동물들을 전시한 지역색이 강한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골고루 다양하게 큰놈 작은놈 다있다는 느낌으로 괜찮았다. 화석관이나 심해생물관처럼 좀 덜 친숙하거나, 설명이 길거나 한 관들보다는 인기도 많은지(더 귀여운게 많아서 그런지.) 사람들도 좀더 북적이는 느낌?.
여기에서 가장 멋있었던 점은, 이 동물들이 가득한 전시관의 출구가 인류관으로 연결된뒤에 펼쳐지는 인류에 대한 멋진 전시가 이어지는 것이었다. 동물의 한 종류로서~ 라는 느낌이 연결되는 것도 좋았고, 그중에 우리!를 상세히 전시한 것도 좋았고. 다른곳에서 흔히 보기 힘든 다종 다양한 인류의 두개골이나 뼈, 생태등이 전시된점도 좋았고, 흥미를 끌수있는 내 두상은 어느 인류와 가장 닮았나를 해보는 전시로 마무리 되는것도 맘에 들었다.(왠지 헌드레드 퍼센트 네안데르탈 이전의 인류가 나올것 같은 나는 안해본것이 함정.) 그 전시의 흐름이 맘에 잔잔히 다가온달까. 그러고 나서 왜 아프리카관으로 이어졌는가... 하는 점에는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말이다. 이게 극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한것과 연결된 전시였으면 좀더 납득했을수도 있지만, 꼭 그런것은 아닌, BC1000년경 이후의 전시라면(이땐 이미 인류는 다들 호모 사피엔스니까.. 아마 높은 확률로) 굳이 인류관 뒤에 아프리카 문화전통관이 있을 이유는 없지 않나... 이거 좀 어떤의미에서는 꼬릿해지는 배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스미소니언에서 아프리카 고대문화 연구에도 많은 투자를 했어요 정도의 의미겠거니 하기로 하고 지나갔다.
#6. 지구,지각,광물채취,광물관.
아.... 여기는 정말 최고였다. 사실 스미소니언에서 적어놓은 이름은 광물,보석관인데 이름을 바꿔서 쓰는것이 전시관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을 정도로 내 과학전시관람 경험을 통틀어 가장 감동받은 전시였다. 물론 이는 내가 광물덕후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광물 보석관에 가득서서 탄성을 지르는사람들을 보면 나만 그런것도 아니었다.
관은 방대하고, 친절 자세하며 동시에 명쾌했다. 거기에 별이라는 것이 있었나니, 별의 탄생과 붕괴후 생겨난 가스들이 다시 행성을 이루고 지각 분포를 만든다. 그 안에 여러 조건에 따라 다종 다양한 광물들이 생기고, 그 광물들은 지각 변동에 따라서 움직인다. 하여 지각 깊은곳에서만 만들어 지는 광물도, 지표에 원래 있던 광물도 지표에서 채취가 가능하며 광물들이 특정한 분포를 가지는 것은 그에 따른 결과이다. 이러한 광물들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광산을 이렇게 짓고, 이런 도구들과 과정을 거쳐서 채취를 하게된다. 그래서 여기, 그렇게 채취한 광물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여기 이! 엄청난 보석들을 보아뢋!!!! 이라고 요약이 가능한데 우주에서 부터모인 원자들이 지각을 이루고 보석이 되어 우리 눈앞에 오기까지의 모든 일반적으로 겪는상황들에 대해서 세세하게 짜인 구도로 실질적인 배치를 한 점. 그리고 위에선 말로 되어있는 한 구절 한 구절이, 수도없이 많은 영상전시, 실물전시, 직접 과정을 보는 실험장치 들로 체계적이게 묘사된것이 대단했다. 친절한 설명은 이미 적혀 있지만, 그 설명을 일일이 읽지 않더라도, 말로 구구절절 설명한 것이 하나없이 그 과정들 하나하나가 전부 전시장치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게임도 게임내에서 게임과정내에서 스토리가 설명되어야 재미있고, 영화도 영화 씬으로 사건전후가 설명되어야 재미있지 나레이션, 독백, 설명글이 많아지면 그저 지루 할 뿐이다. 그리고 우린(나만일수도.) 대다수 그런 과정이 들어간 전시들만 보아왔다. 문과는 보기만 해도 눈이 시큼해 진다는 그것도 무려 과학 설명글.. 그런데 여기 모든것을 전시로만 풀어놓은 방대한 전시관이 있는 것이다!! 그것도 우주스케일에서 내 눈앞에 실물(광석의)이 오는 전체 과정을 통괄적으로 묘사한. 정말 보는이가 전체에 대한 통찰을 얻는 동시에 개개에 대한 깊은 이해까지 돕는. 숲보고 나무보는 영감가득한 전시였다.
그리고 뒤이어 따라오는 압도적인 물량의 광물 전시들... 그래. 나도 결정쟁이였던적이 있으니 결정사이에 들어간 defect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색이 변할 수 있다는것도, 같은 물질이라도 결정의 생장조건에 따라서 형태가 얼마나 다르게 자랄 수 있는가도 알고있단 말이지. 하지만 그 안다는것이 한 종류의 보석도 각기 이렇게 다양한 색깔로 변한다는것을 각 보석들별로 수십종씩 나열하고, 물에서자란형태, 지표에서 굳은형태, 깊은곳에서 굳은형태 등등을 하나하나 세분해가면서 각 형태별로 전시하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산출량이 극미하다는 특이보석들을 모아다가 전시해놓고 해놓은 이런 엄청난 전시의 체험앞에서는, 그 압도적인 느낌앞에서는 얼마나 보잘것 없는것이던지. 오늘 저기 엄마 아빠손 잡고온 금발의 땋은머리 꼬꼬마는 나중에 고체물리학 책에서 결정에 디팩트가 들어갈때 색이 변한다는 것이나 그 디팩트의 종류에 따른 색을 외우고 계산해가며 죽은 지식을 머리에 담을 필요가 없을테다. 이미 경험과 느낌이 머리속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계산으로만 알 수 있는것들을 조금 덧붙여 두면 될뿐.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마어마한 양의 광물들의 파노라마와 그 변주(variation)들에 왔다갔다 왔다갔다, 다시봤다 돌아왔다 하며 커다란 토파즈를 쓰담쓰담 하다보니 시간이 꽤지났는지, 사람들이 분주해지는게 곧 끝날 시간이 다가오는것 같았다. 큰일인데... 큰일인데.. 하며 서둘러 뛰어들어간 마지막 보석관.(별도 전시관으로 되어있다. 광물관 바로옆에) 앗... 으아...
많은 사람들도 사람이거니와, 그 한 가운데 휘황하게 놓여있는 보석은 그 이름도 유명한 호프의 다이아몬드. 가진자에게 불행을 가져다 준다는 말도 무색하게, 사람들은 이미 가득 둘러싸서 사진찍고 관찰하는데 여념이 없다. 모나리자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더니만. 정말 바글바글해서 뚫고 들어가는데도 한 세월. 겨우 바라다본 그 빛깔은... 와... 이쁘긴 하더라. 왜일까. 어차피 현대사회에 반짝거리고, 이쁜것은 수도없이 많은데. 그 빨려들어갈것 같은 아름다움은. 나도 모르게 한참 바라다보다 주변을 돌아보니 여긴 정말 빛깔이 좋은중에서도 최고인 녀석들이 가득하다. 이미 반짝반짝 이쁜놈들을 많이도 보고 왔는데. 여긴 그중의 티오피. 그냥 순수히 예쁜거 본다는 의미로 꼭 보도록 하자. 얼굴을 빛에따라 요리조리 돌리면 영롱하게 반짝거리는 그 아름다움....
#7. 그리고 남은 것들.
그외 에도 여러 해부체와 뼈가 가득했던 미라관도 있고, 코기리관도 크게 있었고 기타관도 많았다. 코끼리는 별로 보고싶지 않아 과감하게 생략했지만, 마느님 말로는 재미있었더라고...
#8. 총평
전 날 밤을 새지 않았더라면, 중간에 잠들지 않았더라면 더 행복하고 좋지 않았을까... 볼을 꼬집어 보아도... 나이는 못 속이.... 는 반면에도 뇌 한가운데다가 강속구를 팍팍 꽂아 넣어줄만큼 좋은 경험이었다. 과연 레전드. 자연사 박물관 계의 메시이자 호날두라 할만했다. 펠레라 해야할까.... 이미 반복해서 강조했기에 정리하는게 더 어색하지만. 평가를 해보면.
1. 방대하다.
다른 모든 특징들을 돋보이게 만들며,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가장 근본이 되어주는 점인듯 하다. 뭐니뭐니 해도 전시의 수가 압도적인점이 제일가는 특징일것이다. 하여 구성도 디테일도 살릴때 의미가 더 깊어지니까 말이지.
2. 구성이 치밀하다.
화석은 고생대에서부터 중생대 신생대를 거치며 시간여행을 시켜주었고, 광물관에선 광물의 형성에서부터 채굴까지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었으며, 박제전시는 연장선상에 인간과 인류관으로 연결되며 임팩트를 높였다. 보는 사람이 따라가기만 해도 술술 전개되는 자연사의 파노라마를 잘 살려놓았다.
3. 디테일이 살아있다.
공룡의 화석은 살아있을때처럼 서로 싸우고, 호랑이 박제는 나를 노리고 있으며, 하나의 전시아래 부연설명으로 비슷한 종의 박제들이 들어있을만큼 디테일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전시가 많으면 신경 안쓰고 늘어놓을법도 한데 잘 정련되어 있는 디테일은 실감성의 원천이다.
4. 연구자들이 있는 박물관이다.
화석관에서는 화석을 복원하는 연구자들이 있었고, 점심을 먹을때 우연히 옆자리에는 이곳의 연구원인듯한 분들이 앉아 계셨는데 밥을 먹으면서도 간간히 알아들을수 없는 학명을 이야기 하며 이런저런 토의를 하고 있는것 같더라. 후에 차마시는 곳에서도 서로 이야기 나누는 연구자들이 보이고. 분야가 다르기에 직접적으로 어떤 연관성을 내가 짐작해 말 할수는 없겠지만, 그런 연구자들이 거하며 연구하는 곳이기에, 저런 치밀하고, 디테일한 전시들을 제작하는게 가능하지 않았을까? 옆에서 보면서 쉽게 첨삭도 구상도 함께 해줄수 있을테다.
5. 실질적이다.
스미소니언은 와아 이런 전시가 있어요!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 그런 연구를 하는 도구들 등의 전시를 연결지어서 그저 꿈의 전시에 내가 하루 갔다왔나보다가 아닌 아 저런 멋진 것들을 하는사람들은 어떤사람이고 어떻게 하는구나를 알게해주어 언젠가 나또한 해볼수 있겠다! 한번 해보고싶다! 라는 마음을 심어주는 구성이었다. 그것도 억지스럽지 않게!!! 이런점은 미래의 새로운 연구자가 나타나는데 아주 긍정적일수 있는 말로만 과학자가 미래에요! 라고 떠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구성이라 느겨졌다.
6. 자세하다.
술술 훑어보기만 해도 공부가 되는 전시들은, 단지 그것뿐만이 아니라 함께 아주 자세한 설명또한 당연히 곁들여져 있다. 대다수의 자연사 박물관에는 당연히 설명들이 있기에 아주 큰 차별점은 아니고, 다른 좋은점들이 많았기에 뒤로 밀렸을 뿐이지 전에 본 기억이 없는 연표라던가, 들어보지 못한 설명들이 꽤나 많이 등장한것으로 보아 어디서 가져오기만 한 것이아닌 자체적으로 설명을 덧쓰고 풀어쓴 흔적들이 돋보이는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들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관련 연구자들이 그득 한것이 당연히 도움이 됐겠지.
7. 공짜이다.
그리고 방점. 이렇게 좋은 전시가 공짜였다. 자국민 뿐만 아니라 외국인인 우리에게 까지. 최근의 난 이런점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 느낀다. 아무리 좋은 전시가 있은들, 언제든 접근하고 자유롭게 관찰 할 수 없다면 그 무슨 큰 도움이 될까. 언제든 부담없이 접근해서 배움과 지식을 얻을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그 공간이 있는 지역사회에 커다란 지식의 주춧돌이 되어주고, 미래의 자산이 되어주는 것이다. 우리를 더 현명하게 해주는 지식은 언제든 자유롭게 퍼져나가야 한다고, 그것 자체로 이미 커다란 가치라고 믿는다. (학벌경쟁주의에 힘입어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버린 우리나라 교육현황에선 무의미한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다만 돈없이는 운영이 어렵다는건 자본주의 사회의 필연이니 적정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런데 스미소니언은 공짜였다. 사실 미국의 박물관이나 과학계 돈흐름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적어 뭐 할말이 없으니 할말이 없지만 그게 무엇이든, 이런 엄청난 시설이 공짜로 관람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 압도되어 전율이 느껴졌다. 얼마나 강건한 시스템과 철학이 뒷받침이 되기에 이런일이 가능한걸까. 내가 아는 한국의 모습과 교차되며 뭔가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
끝.
+a 잡소리
*1. DC 거리에서 종종 들리던 한국말은, 이곳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좀더 잦게 들을수가 있었다. 그런데 왜 마주칠 확률은 보석관에서만 유독 높았을까?? 단체관광객에게 둘러쌓였던건 아닌데. 다른 데는 관심이 없나? 설명을 좀 봐야해서 그런가? 하고 꼬리를 무는 의문을 따라가려다 그냥 내려놓기로 했다. 에효.. 한국, 한국사람 생각따위..
*2. 이 박물관에서 파는 sushi bowl은 왜 스시도 들어있지 않은데 스시 보울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나쁜놈들. 회에 비스무리 하다고 할까말까 싶은 연어'구이'큐브를 넣으려면 무려 5$나 더 추가해야만 하는데 말이지. 이 친구들 한테는 스시집 스끼다시로 나오는 미역줄기초무침 또한 스시로 느껴진단 말인가?? 미스테리.... 기분 나쁜 미스테리를 그저 우걱 우걱 배속으로 쳐 넣을 뿐이었다. 혹 가더라도 절대 낚여서 먹지말자. 빈정상한다. 싼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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