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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Poem 이라니...

by 낭만바보 2020. 3. 10.

Love Poem이라니 너무나 오글거리는 제목이었다. 

그리고 난 멀리 타국 러시아에 있었다. 

주변에서 그 노래를 먼저 우연히 들을 기회도 없는 상태에서, 

제목과 발매소식만 어떻게 전해 듣게 되었다.

 

Love에 Poem이라니... ;;; 

아무리 영어로 한글을 옮겨 적으면, 

보거나 듣는 사람이 덜 익숙해서 그 오글거림이 줄어들게 되고,, 

더 오글거리는 가사를 들어도, 오홍~ 하면서 좋다고만 느끼게 되는 효과가 있다지만,

이건 해도 해도 심하잖아... 

Love와 Poem은 둘다 너무 잘 알려진 단어이고, 

둘다 너무, 감성을 배척하는 한국사회에서 오글거림으로 통하는 단어이다. 

 

아무리 내가 시쓰는 과학자라지만....

아무리 이게 내가 한 번 빈정 거린뒤에,

연구력의 3할을 의지하던 그 너랑나의 아이유라고 해도...

거부감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노래를 한 소절 듣는순간. 시작된 눈물을, 

노래 끝나는 그때까지 멈출수가 없었다. 

 

아.... 아이유! 아!! 윤동주!! 

내가 아이유가 생각한것을 제대로 들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상황의 비슷함 때문에 그렇게 들린것인지 모르지만,,

나는 노래를 듣는 내내, 윤동주의 시들이 머리속에 떠올랐고, 

100년전의 고통을 여전히 끌어안고 있을지 모르는, 

그를 위한 진혼가처럼 이 노래가 들렸다. 

 

일단 음색. 낭만적이지만, 처연하게 시작되는(단조의 피아노음) 그 톤이,

기본적으로 낭만적이고 사랑을 가득 품은 시인이지만, 

처연하고, 고된 현실을,, 자신의 조국을 지배하고 있는 타국에서 살아야만 했던, 

동주의 그 가슴아픈 시구들의 배경음으로 너무나 어울리는 음색이었다.

어쩌면, 내가 그 음색들을 듣는 내내, 이미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느꼈던 마음과 비슷한 상태로 접어 들었고.

그것이 첫 소절, 아이유의 음성으로 가사가 모른채 듣게 되었을때, 

바로 윤동주를 떠올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게 만든 원천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누구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나봐. "

 

난 갑자기 첨탑위를 올라간 십자가를 보며,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밑에

조용히 흘리우겠다는 어느 청년이 떠올랐다. 

 

처음 알았을땐 삼촌같은 나이였을 그가, 

이젠 나의 조카같은 나이가 되도록, 그 글을 가슴에 품어온 나는, 

타인을 위해 피흘리는 심정으로, 하지만 조용히 인내하는 저 행위가 

그저 말로써 기도한다고 떠드는 어느 거대교회의 기도와는 비교도 돼지 않는 

기도 그 자체로 들렸다. 적극적이며 희생적인 기도. 

 

그런 그를 바라보며, 혹은 그런 그를 위해 기도하며, 시작되는 이노래는, 이내 

 

숨죽여 쓴 사랑시가 낮게 들리우는듯 하다고 말을 한다. 

 

당연 조용히 피흘리는 기도로 한 줄 한 줄 아름답게 적힌 별헤는 밤의 시구가 떠오르지 않을수가 없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아무 걱정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헤일것 같은 낭만을 

끝끝내 흙으로 덮어버리고 조용히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그이가 떠오르지 않고 누가 생각 나겠던가..

 

그런 그를 위해,

유난히 긴 어둠의 시간을 살아가며, 홀로 고독히 괴로워 했을 그를 위해,

이 자리에서 끝까지 노래를 부르며, 언젠가 그가 들을 수 있겠다고 말하는 이 담담한 고백앞에,,

나는 나를 위해서가 아닌, 시대의 아픔을 살아간 나의 형, 나의 벗, 나의 동생 동주를 위해 순수히 논물 흘릴수가 있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를 위로하는 따듯한 노래를 불러준다는 그 이유 만으로도. 

 

또 한번 너의 세상에 별이 지고 있나봐.. 

숨죽여 삼킨 눈물이, 여길 흐르는듯해 

할 말을 잃어, 고요한 마음에. 

기억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아이유가 정말로 위로 해주고 싶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 글을 써야 겠다고 대충 모든 구도를 완성하고 난뒤에, 슬깃 아이유가 남겼던 말을 찾아 보았는데.

그게 누구인진 나와있지 않고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만 있었다. 

 

잘은 알 수 없지만(그의 개인사를 모르니) 그 사람 또한, 나의 마음속 동주처럼. 

긴긴 어두운 시간을 뚫고,

혼자 참회하고 괴로움을 참으며, 묵묵히 걸어가는 그런 사람인가 보다. 

 

무언가를 잃어버렸는지 모르지만,

분명 있다는 것을 알아서 끝까지 찾으려 하는 사람일테고,

 

내색하지 않아도 밤이면 밤마다 

청동거울을 닦으며, 

슬프게 걸어가는 자신을 유지하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하지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그 사람의 별이 바람에 스치우다 못해 져버리고 있을때,,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내가 그에게 전달 할 수 있는건.

나는 여기 있고, 그대를 위해 노래하고 있고, 

그대를 억지로 돌아보게 하는대신, 그대가 돌아볼  그날까지

노래하겠다는 따듯한 마음이 아닐까. 

 

모두는 거친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만,, 

우리가 보통 해줄수 있는건 거의 없어.

노래를 할 수 있는 아이유는 노래를 하지만, 

나는 작은 손글씨 하나, 혹은 그저 곁에 있어주는것 말고 할 것이 없다. 

그러나 아이유는 여기 서서,

굳건하게 자신의 노래로, 홀로 걷는 그가 돌아 보았을때, 언제나 용기 낼 수 있도록.

노래 하겠다는, 적극적이지만 그의 의지를 존중하는 그 마음. 

 

언젠가, 아이유를 그간의 노래를 통틀어 리뷰 할 만큼 내공이 쌓이면 또 말하겠지만.

늘 그의 노래를 좋아해 왔고, 다양한 장르 모두가 맘에 들었지만.

이만큼이나 폭풍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오글거리는 제목에서)

이미 그는, 일정정도의 가수로서의 경력을 쌓은것을 넘어서, 

이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노래하기만 해도 음악이 되는 아트스트의 반열에 오른것 같다. 

 

LOVE POEM 이라는 제목은, 그 제목 그대로가 완성일 수 밖에 없으며.

또한 제목에서 느껴질 수 있는 오글거림 조차도 노래와 함께 하나의 큰 감동을 이루는 요소가 되어줘서,

그대로 완벽해 보인다. 노래를 듣기전에 했던 오해가 사라졌다. 이토록 완결성 있는 제목이라니..

 

동주를 처음 알게 되었을때,

시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나선, 그저 저 삼촌은 정말 힘들었겠다 하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일제 시대를 살아간것 하나만으로, 모든 고통을 스스로에게 덧씌우며 괴로워하다,

끝끝내, 그 일본의 처참한 행위로 인해 죽어간 그 모습이. 너무 슬프고 가슴 아팠지만, 

그때는 그저 나라를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안타까움 정도였다. 

우연치 않게 그의 후배가 되고나선, 

그의 시비가 있는 언덕에 자주 쉬러 다니곤 했는데, 그때의 그는 나에게 큰 위로였다. 

섬세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써놓은 그의 시는 어느덧 나의 마음의 지침이었다. 

지금와 고백하지만, 내가 나를 정의하는데 사용하고 또 내가 되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근본 마음인 

섬세하나 꿋꿋하게는, 한 살 한 살, 동주형의 작고하던 나이에 가까워 지던 내가, 

앞으로의 삶에서 무엇을 추구하고 지침으로 삼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나와 가장 닮은, 내가 실천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동주형을 따라 마음에 새긴 글귀다. 

 

하지만, 그 때 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동주형이 걸은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작은 일이겠지만,, 

나라 전체의 시스템과 맞지 않고, 또 사람들에게 박해아닌 박해를 받는 길을 걸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대학원도 졸업하고 긴긴 밤의 시간을 걷고 있다가, 문득 내가 누구를 보고 나의 마음의 가치를 새긴지도 잊어버리고. 

내 목표도 잊어 버리고, 내 가치도 잊어 버리고, 내 존재도 부정해 버리는 세월동안. 

동주형과의 추억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냈다면,, 내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서 조금만 더 선명하게 떠올렸다면 

방황의 기간 조금더 의미있게 시간을 쏟을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던 차에 나에게 들린 이 노래. 

이 노래는 나의 구원의 빛 같았다. 

내가 잊어버린 동주형의 모습을 다시 느끼게 해주고, 또 

그 동주의 모습을 가만히 위로하고 노래불러주는, 위대한 가수의 모습을 통해 

나는 내가 사랑한 사람의 고통과 노력이 모두 헛되지 않고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고, 

여기 나의 고통과 노력또한 언젠가 누군가가 알아줄 것이며 또한 나도 같이 응원 받는것 같은 그런 강렬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죽어버렸던 마음에, 한송이 꽃봉오리가 피어올랐다. 

물론 아이유의 노래는 트리거였고, 다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그리고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의 사랑이 뭉쳐져서 피어난 꽃봉오리였다. 

 

죽어 말라가던 나무에 꽃이 피게하다. 

물론 아이유가 나를 위해 노래한 것은 아니겠지만.

여기 내 마음에도 한송이 꽃이 피었다. 

 

무릇 좋은 노래란 그런게 아닐까. 

나는 다시 한 번. 아이유에게 큰 위로를 받았다. 

 

정말로 감사한다. 

언젠가 이 감사의 마음을 모두담아, 내가 아이유라는 가수를 통해 위로받았던 일화들을 다 쓸수 있는 날이 오길. 

이미 훌륭한 가수이지만, 곧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의 성장을 또 기대해본다.

아이유의 성장이, 온 나라를 따듯하게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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