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신비한티비 서프라이즈 에서나 알게되었던 라과디아의 이름이 붙여진 공항으로 뉴욕을 갈 수 있었던것은 우리가 미국 국내선을 탔기 때문이었어. 아니었다면 JFK공항이었겠지. 라과디아는, 친절하게도 좀더 뉴욕시내쪽에 있는 공항이었고, 버스하나 타고 손쉽게 빠져나올수 있는 곳이었어. 공항내의 기계에서 선불하고나서 또 버스타기전에 정류장에 놓인 기계에 미리 지불하는 결제방식이 못내 낯설어 우왕좌왕 했지만, 해외여행에서의 출발로는 무난한 편이지. 공항을 빠져나오니 보이는 생각보다 오래되 보이는 낡은 건물들, 사람가득한 보도,영어새로 간간히 보이는 중국어와, 반짝 반가운 한국어간판까지. 더럽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저 중심가가아닌 번두리여서 그렇겠거니... 하지만 그 냄새는 월스트리트가 있는 Lower Manhattan구역을 제외하고는 늘 나를 따라다녔지.
# 1.
지하철 안으로 들어서니 훅치고 들어온 지린내가 코를 찔러. 한달은 씻지 않은 냄새와 인간의 소변이 오래묵은냄새가 혼합된 그 무언가. 지하철 선로에 조금 고여있는 물들이 다 오줌이란 말인가.... 선로에는 겨우 열차에 닿지 않을만한 높이로 쓰레기들 또한 버려져 있네... 한국에선, 아니 다른나라 지하철에선 본적 없는 광경에 깜짝.
# 2.
42번가와 브로드웨이를 관통하여 지나가야 호텔에 닿을수 있어 토요일밤의 주말의 열기가 가득한 극장가를 자연스레 걷게 됬지. 위키드, 라이언킹, 비틀쥬스, 알라딘,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뭐하나 이름빠지지 않는 수많은 명작 뮤지컬들이 극장하나가 전관대여된 느낌으로 주욱 보이네. 뭔가 오와우 꼭 보고싶은데.. 하는 마음과 여전히 하수구에 다 못들어간 찌린내 가득한 액체가 줄줄 흐르는 거리. 그 어디에서도 이 구릿한 냄새없이는 뉴욕의 느낌을 느낄수 없는걸까...
#3.
샌디에도 노숙자가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뉴욕에는 정말로 수많은 노숙자들이 있다. 좀 밝은듯한 대로에도 많고, 어둑한 느낌 드는 골목이다 싶으면 어둠속에서 꿈틀대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아, 대체 이 많은 사람들의 의지가 부서져야만 존재 할 수 있는도시일까? 하는 생각에 또 한켠으로 마음이 무겁. 그래도 언제나 뉴스 화면에 가득 나오던 타임스퀘어 큰처를 걷게 되었을때는 약간이나마 화려하고 멋지다란 느낌은 들더라. 그럼에도 여전히 비릿한 액체가 나를 쫒아다니고 있는 느낌을 지울순 없었지만. 화려함과 몰락. 시끄러운 사람들과 단정한 사람들, 온갖 사람들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게 섞여있는 거리. 뉴욕은 또 어떤 괴물인걸까. 그래도 근육빵빵한 노숙자나 활기넘치는 술취한 사람들의 행진 사이에서 느껴지는 생생함?서울보단 생명력이 넘친다는 느낌. 조금 덜 정돈되 보였지만. 그래도, 정돈되어 박제된듯한 미라도시보다는 활기차고 더러운 도시가 낫지 싶지만, 악취는 적응이 안된다. 한가지 악취만 있었다면 마비라도 됬을텐데, 다종 다양한 악취가 번갈아 나는것에 틀림없다. 이래서 뉴요커에겐 향수가 필수인걸까. 언젠가의 파리에 대한 설명이 떠올랐다. 오줌만이 아닌 똥도 돌아다녔다면 대체 어떤 냄새가 났던걸까... 그시절 파리..
#4.
뉴욕에 오면, 반드시 할렘가를 가보고 싶었지만, 1년 넘게 살았다는 지인의 자신도 한 번도 가본적 없다는 위험하다는 말에 쉽게 포기하게 되었다. 아닌게 아니라 이도시의 악취와, 정신나간 텐션의 사람들의 존재는 손쉽게 막연한 기대를 질식시킬수 있을만한 그 무언가였다. 그렇게나 가보고 싶었던 리틀이탈리아의 축제로 인한 텐션은, 내가 기대한것보다 너무 과하게 그 거리를 느끼게 했고 과도한 흥분,과도한 정보에 의한 과포화로 제대로 숨쉬지 못하는 뇌를 탁탁 쳐봤자 도저히 그 거리를 제대로 즐길수 있는 상태는 안되었다. 시간이라도 여유가 있었다면, 씨아오 하고 녹아들어보기라도 했을텐데, 못내 부족한 시간에 그저 그 비좁은 틈새에서 빠르게 길을찾아야 하는 쥐처럼 인간이 아닌 인간벽만 마주하고 돌아온 느낌이다. 문득 스쳐지나간 커다란 이탈리아식 소세지를 먹어보지 못한것만이 못내 아쉽다.
#5.
노리타는 풋풋한 대학시절 자주갔던 파스타집 이름이었기에 조금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패션문화의 성지라고하니 꼭 와보고 싶었다. 바쁜시간 쪼개서 간 그곳은 스타일리쉬한 옷들이 많네.란 느낌은 있었지만 나야 원래도 스타일리쉬한 옷을 걸치는 인간이 아닌지라. 그냥.그냥. 아주 화려하고 귀여운 양말로 가득찬 양말집 두개가 근방에서 경쟁하고 있는것이 참 이국적이게 느껴질뿐. 와중에 어느덧 끝나가는 거리. 그래도 노리타는 좀 덜 더러웠지. 패션피플은... 많았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냥. 다음에는 돈 많이 벌어서 옷도 하나는 사와야지. 맘에 드는 옷이 있어도 들어갈 수가 있나 쫄아서. 속상하게.
#6.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며 본 야경은 너무 좋고, 그 아래 명소 스팟에서 바라다본 풍경은 최고였지만, 갑자기 너무 오래 걸어서 생긴 다리아픔이 더 선명하게 남아버린건, 낭만이 부족해서?, 나이가 들어서? 아니면 사진을 찍어두지 않아서??
이제는 어두컴컴한 거리만 나오면 맘을 졸이게 되는 내자신을 숨겨야 곁에선 나의 연인이라도 덜 불안 할걸 알기에 애써 담담하게 어두운 거리를 선행한다. 그래도, 꽤 괜찮은 정취. 기분, 느낌을 망쳐버린 똥카 튜닝해서 엔진소리만 키운 차를 달리지도 않고 레버뉴트럴로 해놓고 미친 엔진소리를 그 골목 벗어나도록 듣게한 망할 양아치놈들, 급발진으로 강물에 처박혀 버렸으면....
좋았겠다.
#7.
이민자의 섬으로 불리는 앨리스 아일랜드로 가는길에 돌아본 맨하튼의 모습은 너무 좋아. 멋있어. 감동이었. 아마도 뉴욕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일지도. 앨리스 아일랜드의 전시는 사실 엄청날것은 없이 그저 그 장소에 가본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고 나머지는 그저 설명+사진일 뿐이었지만 한국어까지 지원되는 가이드투어 서비스는 너무 좋아. 실감나게 당시를 체험한 느낌이 들게하는.... 따지고 보면 사진들도 정성스레 다종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보고싶은 것들이 많긴 했다. 그 캘리포니아로 오세요, 먹을것이 가득한곳. 이란 포스터가 지금까지도 통용되는 이민자들을 위한 문구였다면 너무나 행복하게 엉클샘에게 안겼을텐데. 엉클샘은 아마 United State of AMerica에서 따온게 아닐까 싶어 혼자 웃었는데 아닐수도 있잖아 싶으니 얼른 정색이 가능했지만 캘리포니아가 여전히 이민자들을 환영하는 주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여운이 길게 남아서, 부디 100년이 지나긴 했지만 이 가련한 정착지망생을 거둬주길 켈리포니아!! 뉴욕으로 들어온 이민자들이라면 누구나 거쳐 지나갔다던 이 수용소(?)의 거대한 홀은 진짜 꽤 광활하고 멋졌어. 지금이야 좀 낡은 느낌도 있지만, 고종황제 살아계시던 시절 조선민들이 보았다면 깜짝 놀랐겠지. 다만 뉴욕쪽으로 조선인이 들어오기엔 너무나 긴 여정이 필요하겠지만. 애초에 홀만을 위한곳이다보니 다른 여러 방들이 있어야 했던 여타 궁전들(과거의 큰건물들)보다도 좀 광활한 홀을 만들수 있었던게 아닐까. 그저 이민자를 위한 공간일 뿐이라도. 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당시 미국은 이민자들을 소중히 대했던 흔적이 남아있더라. 경제사정에 따라 달라졌지만.
아참. 엘리슨섬의 박물관을 나와서, 옆으로 돌아간곳에 공원같은 큰 공터가 있어. 난 시간이 없어 짧게 밖에 못있었지만 꼭 잊지말고 가보길 바래. 커다란 나무, 시원한 바닷바람, 멀리보이는 맨해튼 빌딩숲. 제방위에 앉아 바라다보면 그 얼마나 벅차오르던지. 바쁜 뉴욕거리안이 아닌곳에서 뉴욕을 느낄수 있는 뭔가 묘한 기쁨.
#8
그래도 남부맨해튼, 거기말로 lower Manhattan 은 거리가 깨끗하더라. 비즈니스 센터들이 가득한 지점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길도 넓직하고, 냄새도 안나고. 하긴 서울도 종로보다는 여의도가 더 도로가 쾌적하긴 하니까. 높은 빌딩은 마치 날 깔보는 자본주의의 오만한 상징물 같아서 싫어하는 나이긴 했지만, 드디어 찌든 냄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것만큼은 너무 좋더라. 하지만 난 역시 빌딩숲도, 찌든 냄새도 없는 센디에이고가 더 좋아. 이번에 확실히 알겠더군.
#9.
그라운드제로. 거대한 두개의 검은 폭포장벽, 위로 새겨진 이름들을 만져보며 걷는데 나도 괜히 눈물이 한방울 날거같아 아닌척 걸음을 옮겼어. 다 영어 이름인데 내가 울고있으면 이상할까봐. 상흔이 깊게 남은 땅에 믿을수 없을만큼 정갈하며 웅장한 물의 성전을 만들어, 여기에 그들은 기억하고 있었어. 누가 여기에 눈물 흘려도 함께 흘려보내고 울어줄 대지의 상흔을 남기듯. 어떻게 보면 너무 큰 자원을 우리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과시하듯 써버린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역시 그보다는 여기에 아픔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것을 기억해야함을, 의미를 되새기고 있음이 더 크게 와닿았어. 그시절 철없던 나에게도 충격으로 남은 일을 더 각별히 느끼고 있을테니.
무너져버린 잔해와, 아픔, 기억, 영상 그리고 이전 건물의 기둥뼈대까지 같이 장식되어져 있는 9.11박물관에서는 소리없이 우느라 몇번이나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어. 기억. 추억. 노력. 모든것이 아우러진 가운데에 있는 한 상영관은 희생된 이들을 가장 잘 기억하는이들의 목소리로 생애를 회고하며 추모하는 공간이었어. 9.11 미국의 가장큰 비극들중 하나이고, 세계적으로는 이런저런 관점이나 논쟁을 벌여야 할 지점도 있는 대 사건이지만 그런것은 다 접어두고. 그저 순수한 한명의 사람으로써. 뜻하지 않은 문제적 희생을 치뤄야만 했던 이들을 추모하는 방식으로, 또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그것을 나같이 직접 경험치 못한 사람들에게 느끼게 하거나 추모하게 하는 방식으로도. 한 사람 한 사람들에게 깊은 애도를 하고 공감하고 눈물 흘릴수 있게하는 곳이었어. 상영관 안을 아주 어둡게 해준 고마운 배려덕에 나도 드디어 마음놓고, 30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올동안 울고있었지. 이런 아픔은 다시 없어야만해. 그때에 문득 한국생각이 나더라. 우리에게도 깊은 아픔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있는데,,,
다만 박물관 닫을 시간까지 애타게 관람하다가 못내 빠져나오는 동안까지 해결하지 못한 의문은, 왜 그라운드제로의 복원만으로 끝내지 않고, 거기에 새로운 World Trade Center 빌딩을 지어놓았는가 하는 점이야. 박물관 닫을시간까지 있던 바람에 입장시간을 놓쳐 직접 전망대까지 올라보진 못했지만 옆에서 보기에도 보통규모의 빌딩보다는 훤칠한 그 빌딩을 짓는데는 엄청난 자본이 들어갔을텐데, 어디에서 그 자원을 다 끌어온걸까. 거기에 다시 높은 빌딩을 지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가? 좋은땅이니 다시 건물을 높인건지 어떤건지. 수많은 의문부호들중에 하나의 갈피도 잡을수가 없더군. 박물관 안에서는 용기, 꺾이지 않는 의지의 상징.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는 장면들이 있긴 했는데,, 정말은 어떤 이유로 올라간건지, 누가 돈을대고 지원한건지, 일반 미국시민이나 뉴요커들은 어떻게 느끼는지가 궁금해지는 밤이었어.
#10.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오오 크고, 오오 멋져. 주로 조각, 그림, 악기관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딱봐도 알겠는 화풍의 유명인 그림만 많은게 아니라, 그 유명한 화가의 이름까지 아른거리는 대표작들도 많이 있어. 르누아르, 고흐, 고갱, 모네, 마네 취향껏 있으니 마음대로 볼수있어. 예술 문외한인 나도 뜨어어 할만한 작품들이 부지기수니 조예가 있는 여러분이 간다면 더 큰 감동 느낄수 있으리라 생각해. 이 박물관의 멋진점중 하나는 건물안에 건물, 건물안에 다른 멋진 건물의 벽이 하나 통째로 웅장히 놓인경우가 있다는 건데 분위기나 연출적인 측면에서 대단한 감동이 느껴지더라. 심지어는 전형적인 중국정원도 안에 있을정도니 참으로 신기하게 구성되었고나... 싶더라고.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미술관의 매력이라는 걸까? 그래도 왠지.. 어딘가의 건물 하나를 통쨰로 부숴서 옮긴건 아니겠지??? 하는 의심에 불편해 지기도 했지만 보는 입장으로써는. 굿!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여기서 처음 봤다네. ㅎㅎ
예술적인건 내가 뭘 할말이 없지만 이번에 죽 보면서 한 가지 알게된건, 가슴파니, 엉덩이파니 하는 논쟁이 그저 야동에 과거보다 현저히 많이 노출된 현대남성의 더러운 욕망의 갈등표현이거나, 니뽄 에니메에서 변태케릭터들 만이 논하는 현대의 병폐적문화인것이 아니라 이상적 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순수한 방향성이라는 점이야. 거장들의 많은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아, 이사람은!! 하고 필이 탁 오더라고. 예로 거장 로뎅. 여성의 바디라인을 우아하면서도 밸런스 있는 선명함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그 이상적인 크기와 모양을 갖춘 (이... 이거 말해도 되나..) 가슴. 보통 로마,그리스 조각들을 보면 남성은 빵빵한 근육이 비현실적이나 여성의 가슴은 현실적으로 조각된 경우가 더 많고, 같이 전시된 (로뎅과)동시대의 여성을 대상으로한 조각들도 현실적인 형태인 경우가 많은데 반해 이 분의 조각은 어, 그거 완전 아름다워. 현대의 속옷가게에 전시해놓은 마네킹들보다도 더. 이건 완전 가슴파가 아니면 불가능하지. 다른 예로는 거장 르누아르. 뭐 이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이 형은 완정 방뎅이파야. 여성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엉덩이에서만 찾는다는게 느껴질만큼, 방실방실하고 풍성하게 묘사된 엉덩이. 상체가 마르게 표현을 했든, 풍만하게 표현했든 상관없이 엉덩이 만큼은 아주 달덩이 같이 그려 놓으신단 말이야? 그런거 안좋아하는 나도 묘하게 이형이 그린 라인에는 빠져든다.. 빠져들어.... 이 형이 자신의 욕망은 내려놓고 그린 소녀들그림 같은경우 순수하고 앙증한 느낌만 들게 묘사한걸 보면, 안그렇게 그릴수도 있는 형인데 성인여성을 그릴때 자신의 욕망을 한껏 담아서 강조했다는 느낌이 내겐 들더라고... 나만 이런 생각한거 아니지??? 나만 쓰레기야?
#11.
내친김에,, 메트로박물관에서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작품은 범아시아 조각관에 있던 인도여신상이었어. 신기하게도 이 뉴욕 한가운데 있는 박물관은 범아시아의 미술을 지역별로 모아놓은 넓은 관이 있었는데 인도에서부터 시작해서 중국 태국, 일본을 아우르는 조각 및 미술을 보는것은(주로 조각) 꽤 재미있더라. 모방한듯 아닌듯, 창조한듯 아닌듯, 닮았으면서도 자기 색깔을 가진 조각들을 보며 희박하게 아는 미술사이야기인 간다라양식이 어쩌고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 그중에서도 인도, 여기의 조각상들은 한국의 불상과 닮은듯 하면서도 인간의 아름다움을 원색적으로 표현한게 이질적이면서도 참 신기하더라. 어딘가 반가사유상과 닮았는데,, 터질듯한 볼륨과, 아름다운 곡선의 적나라한 표현. 절제된듯한 로뎅의 조각과는 다르게 뿜어져 나오는 야성적이면서 원초적인 느낌. 과연 카마수트라의 나라....;;
대체 천년도 더 전에 살았던 작가는 내 마음속 이상형을 보고 나갔냐고. 터질듯한 볼륨에, 비현실적이지 않은 허리라인. 가늘고 길게 뻗은 다리를 꼬아앉아 더 현실감있어보이면서, 그와중에 터져나오는 정제되지 않은 날것같은 색기. 그냥 선정적이어서 아름다운것만이 아니라 마느님조차도 인정 할만한 어떤 여성의 아름다움을 정말 잘 표현한 작품이더라고. 문득 머리속에, 아.... 역시 저나라 조상님덜은 저렇게 아름답게 여성을 표현하니까 현세에도 축복받은(?) 나라가 되고, 우리 조상님덜은 선비같은 그림이나 그리고, 엄숙한 형태로만 조각하고 그러니까 지금같은(?) 나라가 된거 아니냐는 미신에 빠져들만큼 말이지. (물론 이 미신은 곧 아프리카 조각 전시관에서 산산조각 나고 말지만 말야.)
태국(고대 동남아시아)조각들의 세밀한 아름다움. 옛 일본 다다미방의 고아한 모습도 멋지더라. 한국관련 전시는 부족한점이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기분도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 우아한 포즈로, 6개의 팔에 각기 다른 무기를 들고 흉측한 괴물을 몹시 모델과 같이 아름다운 자태로 밟아 죽이고 있는 고대여신상의 모습이 마치 고대의 원조 마법소녀 같다는 생각을 하며 박물관 관람을 끝마쳤어. 아! 나오다 잠깐 들린 카페테리아 옆의 조각전시들이랑, 그 위층의 야성적인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들도 엄청 좋더라!!
#12.
번잡한 시간이라고, 지하철 제일 끝칸에 탄게 화근이었을까. 등장 할 때부터 스피커를 빵빵 틀고 온칸이 시끄럽도록 들어온 히스패닉계열의 3인조는 랩을 하는지 뭐라 하는지 속사포로 온칸이 떠나가도록 말을 쏟아내더니 아무도 안듣는게 빡이 치셨는지 여닫이 문쪽으로 가더니 쾅쾅 문을 여닫기 시작하더라고. 마약을 한건지 눈이 반쯤 돌아간거 같은 비주얼에 누가 아무도 나서지 않자 한 덩치큰 흑형이 나섰는데... 시비가 붙어서 밀침이 오가는 사이에도 내 머리속은....
야... 이거, 내가 한국에선 어지간하면 나서는데... 여기선 뭐 나도 노멀한 크기의 꼬꼬마에 불과한데다가...(100키로가까운 무게에 골격근이 40후반을 오가지만서도...) 굳이 내나라도 아니고 치안도 불안한곳에서 휘말려 봤자 고담시의 폭행당한 1인이 되는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치솟음과 동시에 요즘 총기사건이 남발한다는 미국에서 나섰다가 바람구멍이 생기는게 아닐까 하는 탕!탕!탕!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듯한 환청에 괜히 나섰다가 와이프까지 휘말리면 진짜 도리가 없는데 하는 변명거리가 떠오르고 와중에 저놈 눈깔은 왜저렇게 약한것 같이 돌아가 있어... 근데 뭐라고 말하면서 말려야 하는거지? 브로 헤이 와썹?!? 어.. 영어 영어.... 고속 회전중. 표정은 펴엉온한 뉴요커마냥 여유로운듯 웃고 있었지만 이야....
그나마 제일 덜 약한거 같은 얼굴의 히스패닉 하나가 중재해서 어찌어찌 끝나는거 같긴 했지만 나가면서도 퍽유 소리 고래고래 질러대고 주변 행인들에게 위협을 가하면서 지나가는 그놈... 뉴욕에서 만난인간들중 최고로 기억에 남는 그때 그놈 1순위다. 마느님이 세상 정의로운척은 혼자 다하는 양반이 어째 그리 꿔다논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있었누?? 하고 놀려도 그저, 맞는건 괜찮은데... 총맞는건 나도 싫어.. 하며 짜질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그 미친놈. 세상 강한놈보다 무서운게 돌은놈이라는걸 절절히 실감했다. 할렘을 가지않는 결정을 하는데 가장큰 설득력을 제공한.. 그..
그때 그사람 두번째는 팬티만 입고 타임스퀘어를 지나간 그 흑형. 아니. 주말 파티분위기 다 좋아. 세상 힙한 선그라스도 좋아. 근데 형 아무리 근육이 빵빵하기로서니 팬티만 입고 여기를 지나가는거야...ㅠㅠ 그건 핫팬츠가 아니고 진짜 그냥 팬티잖아... 그리고 왜 지나가는 여인들한테 웍~ 하면서 겁주고 그래... 그렇게 하면 뉴욕에선 인기만점 남자가 될수 있는거야? 정말 그런거야???
집앞에서 만난 이형은 분명 노숙인이신거 같은데.. 세상 힙한 검은 깃발로 히어로 날개처럼 옷만든거 이건 뭘까... 입고계신 후드티는 구멍이 숑숑나고 냄새또한. 음.. 이건 확실한거 같은데. 베트맨인 마냥 깃발은 왜 꽂았으며 세상 든든한 근육가득 가슴팍은 또 뭘까... 노숙인들도 수가 많아지다보면 그중에 패셔니스타가 탄생하고 그런걸까? 하는 혼란을 가득 심어준 밤. 서울역에서는 그런 세상다른 스웩을 느껴본적 없는데 반해 뉴욕은 누구든 스타일을 추구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근데 그 형. 운동은 어디서 하고 있는걸까??.. 문득 요즘 게으르게 운동하는 나자신이 부끄럽더라. 뉴욕의 에너자이틱 하면서도 카오스틱함을 압축해서 느낄수있었달지. 끝없는 물음표의 세계로 나를 빠져들게 했달지...
뉴욕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었던 행인 누님. 가득찬 홀푸드마켓(미국의 전국적 대형마켓체인. 음식만 취급한다.) 종이봉투를 안고, 다른손에도 무게 가득한 봉다리를 들고서도 전혀 기품과 스타일리쉬함을 놓치지 않은 우아한 뉴요커의 걸음으로 다가와 어리둥절한 동양인에게 친절을 베푸신다. 두유 닏 섬 핼프?(도움이 필요하니?) 어차피 반대방향으로 가서 다시 타면된다는걸 알고 있어서. 암 오케이. 위 저스트 니투 고 아덜 사이드(괜찮아염, 반대방향으로만 가면되영) 하고 말하자. 쿨!(좋아) 하고 돌아서서 가시는데 세상 쿨한건 오히려 그 누나다. 뭘까? 스스로도 꽤 바빠보이시는데, 무거운 와중에도 놓치지 않는 쿨간지와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는 따듯한 마음. 저거시 매트로폴리스의 따듯한 도시여자?!?! 하고 나도 감탄하고, 마느님도 감탄했다.
#outro.
말도 많고, 탈만 많았던 뉴요크 여행. 짧은 일정에 충분히 못느낀 뉴욕갬성을 느껴보러 다시 가보고 싶긴 하지만, 절대 뉴욕에 살고싶지는 않다. 내게는 풀밭에 나온 토끼나 세는 지금의 서부생활이 훨씬. 훠얼씬. 훠어얼씬. 마음에 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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